책 만들 때 중요했던 건, 프로덕트 만들 때도 중요하더라
· 명확하고 뾰족한 타깃 설정이 핵심
· 사용자의 필요와 비즈니스 성장, 둘 다 잡기
· 명확하고 뾰족한 타깃 설정이 핵심
· 사용자의 필요와 비즈니스 성장, 둘 다 잡기
다른 디자이너들은 면접에서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보통 이렇게 시작한다.
“독자를 위해 책을 만드는 일을 했었고요,
지금은 사용자를 위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사용자를 위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나는 출판사에서 기획과 편집을 하던 실용서 에디터였다. 진로를 너무 확 바꾼 거 아니냐고? 음... 사실 이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하던 일을 바꿨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하면서 '책 만들 때랑 다른데, 사실 같네?'라는 경험을 할 때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종이에서 화면으로 옮겨왔지만 본질이 같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물론 종이에서 화면으로, 이 부분에서 아주 많은 게 달라지는 것도 사실)
어떤 점이 유사한지, 스스로를 위해서도 한 번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왜냐면, 책을 만들 때 중요했던 것들은 프로덕트를 만들 때에도 중요하니까!
어떤 점이 유사한지, 스스로를 위해서도 한 번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왜냐면, 책을 만들 때 중요했던 것들은 프로덕트를 만들 때에도 중요하니까!
-
명확하고 뾰족한 타깃 설정이 핵심
책 만드는 것과 프로덕트 만드는 것의 제일 비슷한 점은 '사용자 중심' 시각이다.
도서 기획은 누가 이 책을 읽을지와 누가 구매할지에 대해 정의 내릴 수 있어야 시작된다. 둘이 일치하면 편한데, 의외로 책을 읽을 사람이 반드시 책을 사는 건 아니다. 독자는 책을 읽을 이유와 살 이유가 둘 다 명확해야 구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대 여성은 표지가 예쁜 감성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분명, 망한다.
그래서 막연한 인구 데이터가 아니라, 독자의 상황과 행동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잘 만들면 언젠가 팔리지 않겠냐고? 글쎄, 책은 보통 2-3천 권을 인쇄한 다음, 팔기 시작한다. 책을 만드느라 썼던 비용을 고려하면, 그 1쇄를 다 못팔고 창고에 쌓아두면 수익이 0인게 아니고 마이너스 상태다. 그러니까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1쇄를 사 줄 최소 2천 명의 독자를 찾고 얼른 2쇄는 찍어야 한다. 명확하고 뾰족한 독자군을 정하는 건, 안 망하는 조건이다!
독자가 누구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책을 만들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타깃 유저에 대해 고민하고 되도록이면 퍼소나와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프로덕트를 만들 땐 유저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사용자는 아직 눈에 보이지않는데, 어쩌지? 그래서 필요한 게 problem statement (사용자는 어떤 문제를 겪는지)와 beneficial statement(사용자가 이 프로덕트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이다. 이 두 개를 잘 만들어두면 최소한 헤매지는 않을 수 있다.
사용자의 필요와 비즈니스 성장, 둘 다 잡기
비즈니스 모델은 PMPO가 챙기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책을 만들 때는 에디터가 사용자와 비즈니스 모두를 고려하는 게 당연하다.
회사에 소속된 출판 기획/편집자는 독자에게 필요한 혹은 앞으로 필요할 책을 만들되, 위에 말한 것처럼 최소 2천 권 이상을 팔아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 줄 책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이유가 분명하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게 기본이다.
다행히, 나는 독자 입장에서는 읽을 이유가 분명한 책들을 실용서를 주로 만들었다. 실용서에는 말그대로 독자에게 실용적인, 돈 주고 사봐야 할 정보들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보가 아무리 실용적이거나 희소성이 충분해도 적절한 판매가 예측되는 시장성이 뚜렷해야 기획안이 통과되고 출판으로 이어졌다. '이런 책이 세상에 한 권 쯤은 있어야지' 라는 후한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출판사는 없다. 출판사는 '잘 팔리는' 책을 제일 좋아한다!
프로덕트도 마찬가지다.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꾸준히 사용성을 높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서 수익 모델을 버릴 수는 없다. 비즈니스가 수익을 내야, 내 월급도 나오고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것. 카카오톡에서 채팅 목록 위에 광고가 뜨는 걸 사용자들이 불편해 한다고 회사에서 없애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의 필요를 생각하는 건 정말 당연하지만, 책을 만들고 팔던 경험을 가진 나에게는 비즈니스 (성장과 수익)까지 함께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
어...짧을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까 '책 만들 때랑 다른데, 사실 같네?'라고 느낀 것들이 좀 더 떠올라서 글을 나눠야 겠다.
그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