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어린이인 프로덕트는 무엇이 중요할까?

· 실제 유저는 어린이 + 어른

· 수집 욕구 자극하기
· 6세와 7세는 다르구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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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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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지만, 특히 평소 업무에서는 주목하지 않던 사용자에 대해 고민할 수 있어서 흥미롭다.
어쩌다보니 에듀테크 쪽 프로젝트를 몇 개 하게 되었는데...특히 몇 달 전부터는 어린이 대상의 영어 단어 학습 어플을 개선하고 있다. 플러터를 공부하던 지인이, 자녀에게 단어 공부를 시킬 겸 단어 어플 MVP를 만들었는데, 제법 쓸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나보다. 그래서 앱스토어에 등록을 한 뒤, 고도화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기존 UIUX를 개선하고 추가 기능을 붙이고, 마케팅도 기획 중이다.
여전히 리서치를 하면서 개선하는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레슨런을 남겨둔다.
1. 실제 유저는 어린이 + 어른
책을 기획할 때, 독자와 구매자를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 타깃의 도서일 때. 읽는 건 아동, 청소년이지만 구매하는 사람 대부분은 성인, 그러니까 부모다. 책의 내용을 떠나서, 이 책이 구매자 마음에 들어야 독자에게 읽을 기회가 생긴다. 프로덕트도 마찬가지!
사용자는 어린이인데, 구매 결정은 부모가 한다. 이건 영어 단어 학습 어플이니까 구매 결정을 할 부모에게는 교육적인 가치를, 실제 사용자가 될 어린이에게는 재미를 (통한 자연스러운 학습) 강조했다. 
앱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구성되었던 앱스토어의 스크린샷과 온보딩을 개선했다.스크린샷의 첫 번째 장은 부모, 두 번째 장은 어린이 타깃이다. 첫 번째 장은 “80일 완성 초등 필수 영어 단어”라는 메인 카피와 교육부 지정 초등학생 필수 단어라는 걸 강조했다. 두번째 장은 ‘영어 단어를 학습하고 귀여운 동물 뱃지를 모아요!’ 라고 어린이들 타깃의 문구를 넣었고.
참고로 스크린샷 배경 컬러 실험도 소소하게 했는데, 보라색이 클릭률과 전환율이 확실히 높았다. 스크린샷 실험은 계속된다!
2. 수집 욕구 자극하기
시각적 인지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게슈탈트 이론 중에 ‘폐쇄성’이란 개념이 있다. 불완전한 형태를 무의식적으로 완전한 형태로 인지하려는 심리다. 크리스 노더의 <사악한 디자인>에서는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사용자에게 미완성된 세트를 보여줘서 수집과 완결에 대한 행동으로 이끌라고 제안한다.
이 어플도 10개의 단어로 이뤄진 한 세트를 학습하면 뱃지를 획득하는 게 컨셉이고 총 80개의 뱃지를 수집할 수 있다. MVP를 고민하던 개발자가 ‘우리 애들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뱃지나 스티커 모으는 걸 좋아하더라’는 관찰에서 출발한 컨셉이었다. '몇 개를 꼭 채우고 싶어한다'는 애들의 반응을 들어보면, 인지심리학은 성인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닌 듯하다. 폐쇄성 원칙을 떠올려보니, ‘아직’ 획득하지 못한 뱃지를 너무 감추어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못 얻은 뱃지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제안한 디자인은 아래와 같다.
폐쇄성 원칙에서 비롯된 ‘수집과 완성’에 대한 인지심리학은 어린이에게는 어떻게 적용될까? 그걸 좀 자극해본 이 디자인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데이터가 좀 더 쌓이면 알 수 있겠지.​​​​​​​
3. 6세와 7세는 다르구나, 많이
어린이에게 12개월은 아주 큰 차이다. 글을 모르는 나이라면, 동화책의 그림을 설명해주길 원하고, 띄엄띄엄 읽기 시작하면 읽어주길 원한다나?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나이가 있다니!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어플에서도 뱃지를 획득하는 화면을 개선했다. 원래는 뱃지 획득을 축하하는 정도였다면, 뱃지에 나오는 동물과 관련된 스토리를 담았다.​​​​​​​
베타 버전으로 테스트를 해보니 6세 어린이는 뱃지를 얻었다고 좋아할 때, 조금 큰 어린이들은 마지막 화면에 나오는 텍스트를 모두 읽는 경향을 보였다.​​​​​​​
4. 적절한 피드백
제이콥의 법칙에 따르면, 사용자는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존 경험 (멘탈 모델)을 사용한다. 이 부분을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지금도 개선하는 부분이다.
성인 사용자들은 웬만한 UX에는 익숙해서 처음 다운로드한 어플도 비교적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이 어플의 사용자인 어린이들은 아직 평생이 짧아서…‘기존 경험’이랄게 풍부하지가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기존 경험은 ‘카드 넘기기’다. 카드 앞 장에는 한글 단어가, 뒷 장에는 영어 단어와 의미가 적혀있다. 카드를 넘기면 뜻을 볼 수 있다. 엄청 간단하기 때문에 온보딩과 카드 첫 장에서만 이 행동을 알려줬다.
하지만! 의외로 어린이들에게는 매순간 피드백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금방 지루해하고, 금방 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물어보고, 매번 피드백을 주기로 했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귀찮아질 수 있으니, 획득한 뱃지 10개를 기준으로 설정 변경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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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디자인 완성이 덜 된 부분이 많은데, 개발자가 자녀를 위해 만들고 있다보니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서 때론 아주 긴 토론을 하게 된다. 같은 집에 어린이 사용자가 둘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나는 오히려 리서치를 많이 하게 된다. 초반엔 6세와 7세의 경계가 이해가 잘 안되어 강남 교보문고에서 가서 어린이 섹션을 한참 뒤져보기도 했다ㅋㅋㅋ
사실 시작은 소소했는데, 유료 버전도 팔리기 시작해서 고도화를 안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사용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윤리와 안전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당연하다는 듯이 훅(hooked) 모델을 적용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보다 공부가 많이 되는 프로젝트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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